사내 개발 문화
2026-04-26 · CULTURE
AI 시대에 사내 개발 문화를 다시 세우기 위한 첫 시도.
저는 개발자의 역량이 가장 잘 드러나는 순간이 ‘혼자 빠르게 구현할 때’보다 ‘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 갈 때’라고 생각합니다. 코드 자체는 개인이 작성해도, 방향과 기준은 결국 팀이 함께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.
저희 회사도 스타트업답게 최신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. 특히 AI를 전사적으로 도입한 뒤 개인 생산성은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좋아졌습니다.
하지만 동시에 놓치고 있던 부분도 분명히 있었습니다. AI 도입 이후 불과 1~2개월 사이에 팀원 간 대화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. 결과물은 더 빨리 나오는데, 서로의 맥락을 공유하는 시간은 오히려 사라진 것입니다. 저 역시 어느 순간 “일은 잘되는데 왜 이렇게 갑갑하지?”라는 감정을 자주 느끼게 됐습니다.
그렇다고 모두에게 “소통을 더 합시다”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방식은 해답이 아니라고 봤습니다. 업무에 방해가 되거나 형식적인 대화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. 그래서 대표님께 기술 내용뿐 아니라 프로세스의 문제와 개선점을 함께 나누는 발표 문화를 제안드렸고, 작은 규모로 먼저 시작해 보자고 건의했습니다.
발표는 누구에게나 편한 방식이 아닙니다. 어떤 사람에게는 부담스럽고 귀찮은 일일 수 있습니다. 그럼에도 작은 팀에서 소통이 끊긴 상태가 계속되면, 장기적으로 팀의 학습 속도와 협업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.
자율성과 편의만 강조한 채 지금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한다면, 새로운 동료가 들어왔을 때 “여기서 오래 일하고 싶다”는 확신을 주기 어렵습니다. 저는 그 질문 앞에서 선뜻 “그렇다”고 답하기 어려웠습니다.
그래서 2026년 4월 24일, 저희 팀은 처음으로 개발팀 간 2시간 발표와 Q&A 세션을 진행했습니다. 결과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. 각자 개발 과정에서 놓치고 있던 포인트를 공유했고, 바이브 코딩을 할 때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도 함께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. 정답을 맞히는 시간이 아니라, 기준을 맞추는 시간이었습니다.
물론 바쁜 일정 속에서 이런 시간을 만드는 일은 부담이 됩니다. 하지만 내가 한 일을 팀이 함께 이해하고 재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문화는 AI 시대일수록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. 이 과정에서 생기는 맥락 공유, 질문, 피드백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팀의 핵심 역량입니다.
이 시도의 목적은 누가 더 완벽한 답을 내는 데 있지 않습니다. 서로의 시행착오를 빠르게 공유하고, 더 나은 선택을 함께 찾는 데 있습니다.
아직은 첫걸음이라 눈에 띄는 성과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. 그래도 0에서 갑자기 1을 만들려고 하기보다, 팀이 작을 때 0.1씩 기록을 쌓아 가는 방식이 더 현실적인 변화라고 믿습니다.
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.